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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가 정한 규칙

~06년 2006.10.22 16:00 |
1.

우리 집에는 이런 저런 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식사 중에는 놀지 않는다."

"밖에서 놀다 집에 돌아오면 손을 씻는다."

"편식하지 않는다."

등 등이다.

流도 얼마 전에 조심스레 생애 첫번째 규칙을 엄마 아빠에게 제안했고, 이는 천만 다행이도 가족회의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다음이, 流가 제안한 첫번째 규칙이다.

"엄마, 아빠는 流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2.

어느 아이나 그렇듯, 流에게도 사이클이라는 게 있다.

굳이 말을 안해도 엄마 아빠가 좋아할 행동만 하며, 알아서 '천사'이기를 추구하는 듯한 때가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 엄마 아빠를 골탕먹이고자 애쓰는 때가 있다.

어제부터 좋지 않은 사이클이 시작된 듯 했다.

오늘 아침식사 시간. 流는 언제나 그렇듯 차려놓은 음식 중에 오로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입에 넣었고, 당연하게도 엄마 아빠에게 온갖 잔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流는 좋지 않은 사이클을 타고 있었고, 급기야는 다음과 같이 엄마 아빠에게 말했다.

"우리 집 규칙들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

이에 엄마 왈, "규칙들이 엄마 아빠가 지키기 좋은 것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응! 엄마, 아빠만 좋은 규칙들이야. 流가 새 규칙을 만들거야!."

그리하여, 流가 선포한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모든 규칙을 지키기 않은 것이 우리집 새로운 규칙이야!"

아이디어의 참신함은 높이 살만하나, 도저히 엄마 아빠의 양보를 얻어낼만한 종류의 규칙이 아니었다.

流의 일방적인 선포에 대해 엄마, 아빠는 즉각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아침부터 열이 나기 시작한 流는 그렇다할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제안했던 규칙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망각되고 마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Posted by aniooo
TAG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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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전시회와 바다

~06년 2006.08.26 16:03 |

1.

流의 공룡에 대한 괌심이 정점을 지나 조금씩 식어가는 것 처럼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전에 약속한 적도 있고 해서 공룡 전시회에 다녀왔다.



도쿄 옆 치바(千葉)에 있는 마쿠하리 멧세에서 [세계 거대공룡 박람회 2006]이 열리고 있는데, 거기에 전시돼 있는, 몸 길이가 33미터나 되는 슈퍼사우루스의 화석이 최고의 구경거리이다. 왼쪽이 슈퍼사우루스의 발자국. 오른쪽은 아파토사우루스의 허벅지뼈.


     


流, 너무 신나 보이죠?


다음은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의 대결!



流가 트리케라톱스에게 한방 먹이기까지!?



카메라 앞에 서면 끼가 발동하는지, 사진찍은 걸 보면 流는 전시회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즐긴 것 같은데...


사실, 流는 그 크기에 대한 현실감각이 별로 없는 듯 무슨 공룡의 뼈를 봐도 시큰둥.



2.

마쿠하리에서 정작 정말로 재미있었던 곳은 전시장 근처에 있는 바닷가. 치바 롯데 마린즈라는 프로야구 구단의 경기장이 있는 곳이다. 사실은 流 아빠가 예전에 샐러리맨일 때 마쿠하리로 연수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연수 프로그램을 빼먹고 근처를 산책한 적이 있다. 그때 알아낸 게 마쿠하리가 바닷가라는 것. 언뜻 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아 바닷가라는 걸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여튼, 그래서 전시회를 나와 바로 바다로!


바닷가에서 流는 모래성 쌓기와 조개껍질 모으기를 하며 맘껏 놀았다.


流 엄마와 아빠는 바닷가를 보며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바다 위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이 보이는 것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건 물고기들! (지식 부족으로 무슨 물고기인지는 모르겠음) 바다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들을 이렇게 많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시기상으로 물고기들이 뛰어오를 때라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파도를 가르며 해변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뭘까? 싶어서 가까이 가 보니,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걸 보았는지 근처로 모이기 시작. 그 중 가장 용감하다 싶은 한 남자 애가 그 다가온 '무언가'를 향해 바다 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두 손으로 힘 껏 모래사장 쪽으로 쳐 올렸다!


모래사장으로 던져진 것은 아이 팔뚝만한 바다고기. 물론, 물고기 이름같은 것에는 무지하기 짝이 없으므로 무슨 물고기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아이가 뛰어가 그 물고기를 마치 씨름선수가 소금을 뿌리듯 멋지게 모래사장 쪽으로 쳐올린 것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위 오른쪽 사진의 노란 반팔을 입은 아이가 물고리를 쳐 올린 아이이고, 옆에 있는 검은 옷 입은 사람이 그 아이의 아빠. 아빠 손에는 그 아이가 바다에서 쳐 올린 물고기가... 그 아이의 아빠가 물고기를 잡아 다시 바다로 돌려 보냈다.


오늘 경험한 일 중에 가장 상쾌하고 재밌는 일이었다.


노란 반팔 아이가, 바깥을 향한 두 손바닥으로 물을 튀기듯이 물고기를 쳐올린 장면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마치 무슨 마술같이 느껴졌었으니까. 전시회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않은 즐거운 추억이 생겼다.


마지막 사진은 자그만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


Posted by aniooo
TAG 공룡,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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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아시나요?

~06년 2006.08.25 16:05 |


1.

 

2006년8월24일, 아빠의 그다지 격조있지 않은 행동을 보고...

 

流 "아~ 참, 이제 그만 좀 하지. 우리도 우아하게 좀 살자!"

 

 

2.

 

流에게 [피리카, 엄마를 찾아서](ピリカさんへの)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피리카는 바다에 사는 연어다. 산란기가 되어 동료 연어들과 함께 엄마의 냄새를 따라 자기가 태어났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피리카의 친구들은 거슬러 올라가다 지쳐서 죽기도 하고, 곰에게 잡아 먹히기도 하며, 독수리에게 채여 가기도 한다. 이러한 난관들을 끝까지 헤쳐나가 이윽고 피리카는 고향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임이 틀림없으나, 안타깝게도 流와 그의 부모들은 피리카가 정말 고향에 다다랐는지 알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 했다.

 

피리카의 친구들이 지쳐서 죽는 장면에서부터 조금씩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던 流가, 연어 친구들이 곰과 독수리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에 이르러 왕방울만한 눈물을 글썽인다 싶더니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갑자기 목이 터져라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流의 목메이는 서러움이 가득찬 울음소리로 인해, 책을 더 읽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어찌나 서러워하며 울던지 말 그대로 대성통곡이 따로 없었다.

 

한참 울고 난 후에, 여전히 울적이기는 하지만 언어를 통해 자기표현이 가능한 감정상태로 돌아온 流가 가열찬 의지와 격한 분노, 그리고 처절한 회한이 뒤섞인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연어는 이제 맛없어! 엉엉엉~~~!!!

 

어제 저녁에도 연어 먹었는데 당분간 流 가족의 식탁에서 연어구이를 볼 일은 없다 싶다.

Posted by ani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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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관에서 流가 좋아할 것 같은 도깨비(오바케) 그림책들을 빌려 와서 읽자고 했더니, 流가 하는 말.

"재미없고, 보잘 것 없이지만 읽어보지, 뭐."

2.

레고 장난감으로 제법 그럴 듯한 물레방아(외견만...)를 만들고 나서, 流가 하는 말.

"자, 그럼~ 물레를 방아해야지~~~!"

3.

한국말이 이러니,  일본어 어미(語未)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밝히지 않는 게 -流의 이미지 관리 상- 좋을 듯 하다...

Posted by aniooo
TAG 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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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업다

~06년 2006.08.06 16:08 |

流를 새 자전거에 태우고 스피드를 좀 냈다 싶은 장면에

流가 꼭 입에 담는 '멘트'가 있다.

"와~ 바람이 볼을 간지럽히네~."

이 멘트를 듣고 있자면 닭살이...

그런데, 여기에서 더 페달을 밟으면, 또 다른 멘트가 나온다.

"아빠~, 바람이 너무 힘든가 봐. 바람이 流한테 업히려고 그러네~.

바람아~, 업어줄께. 편하게 쉬려~엄~!"

엄마, 아빠한테도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Posted by aniooo
TAG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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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를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가 하도 낡고 해서, 마음 먹고 새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새로 산 자전거를 쌩쌩 타보고 싶어, 저녁을 먹자마자 流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한바퀴 다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르막 길이 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流를 태운 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아가씨 둘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다, 뒤에 탄 流를 보더니 한마디

"아, 카와이~(귀여워~)."

아가씨들이 지나간 후, 넌지시 流에게 물어 보았다.

아빠 "流야, 방금 지나간 누나들이 뭐래?"

"음? 모르겠는데?"

아빠 "아빠가 들어보니까, 流보고 '카와이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으~응. 뭐, 流도 그럴 줄 알았어."

Oh, my God...

Posted by aniooo
TAG 왕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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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流가 '죽음'을 너무도 무서워하는 나머지, 그 불안으로 인해 제대로 잠들지 못한 적이 있었다. 부모에게 있어서 이는,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였다. 얘가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불안 때문에 새벽 1시가 되도록 잠을 안잔다고 생각해 보라.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떻게든 流가 안심하고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리 가족은 모두 '죽지 않는다'라는, 소위 "不死 이데올로기"를 流에게 주입시켰고, 이 허위의식을 통한 사회적 안정의 확립전략은 거의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流가 더 이상 "영원한 삶"을 원치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페이지를 참조 http://blog.daum.net/anryu/8795539 ) 지배 이데올로기는 한순간에 와해되고 말았다.

그때는 流가 왜 죽음이 없는 삶에 염증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그 당시 流한테 왜 '영원한 삶'이 싫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2.

어제, 우연히 다시 '不死'에 관한 이야기를 流와 나누다, 流의 내부세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어제 流가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流가 '不死'를 더 이상 理想으로 삼지 않게 된 이유는, 결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이 들어 늙은 상태로 영원히 사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란다.

'아하!'

문제의 근원을 알아 낸 이상,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확립은 식은죽 먹기였다.

"流야, 우리 가족은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늙지도 않는단다!"

이리하여, 이제 우리 가족은 "不老不死"가 되었다.

3.

하지만, 어째 流의 반응이 드라마틱 하지가 않다.

그냥 가볍게 웃어 넘길 뿐......

아마도 그는 이미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일게다. 엄마, 아빠가 자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거짓 이데올로기들이, 빛바랜 추억과 같은 아스라한 무늬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떠한 현실도 가리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린 것일게다. "죽지 않는다"는 말도, "늙지 않는다"는 말도 어쩐지 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게다.

이제는 流마저도 "이데올로기 이후"를 살아가기 시작하는 걸까?

네번째 생일을 앞둔 流는, 이렇게 조금씩 커가고 있었다.

Posted by ani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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